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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0315. 오십에 읽는 주역 - 강기진

좋았다. 나이가 들고 읽어서 그런지 과거에 다른 주역책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결국 주역이란 세상의 모든 이치가 일종의 흐름이 있다는 가정 하에 우리네 인생도 높낮이가 있으며 이 때 취해야 하는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64개의 유형으로 현 상황을 파악하고 그 때 해야 하는 행동을 언급하고 있다. 그 때 해야하는 행동에서 일종의 '철학'과 '세계관'이 깃들어 있는데, 그 또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도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각 궤에 녹아있는 삶의 철학이 어릴 때 내가 생각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놀랐다. 그렇게 생각한 대로 살지 못한 내가 아쉬울 뿐이다. 물론 생각이 느낌(확신)으로 오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연결고리인 '확신'이 부족한 것이었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가 늙어가고, 그 늙음에서 삶도 하나의 파동이라는 것을 '느끼기에' 주역이 좀 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 수 있겠다.

(마음에 다가온 문구들)
- 이처럼 운이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예정대로 달성하는 힘을 말한다.
- 기립지물은 바위와 나무처럼 '기운에 의해 그저 서 있는 존재'를 말하고, 신기지물은 곰과 사람처럼 '정신이 기틀(몸) 속에 들어선 존재'를 말한다.
- 천지만물의 속성이 기본적으로 동류끼리 서로 애착하는 성질이 있다는 말이다.
- 하늘은 이 세상을 창조할 때 길운과 흉운을 70대 30의 비율로 섞어 넣음으로써 깊은 맛을 지닌 진선미가 꽃을 피우도록 했고
- 이러한 불균형은 왜 존재할까? 우선 이는 완전무결한 영성이 유한한 물리 공간인 인간 육체의 형질에 담기면서 그 제약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 완전 무결한 성이 유한한 인간 육체의 형질에 담기면서 성질을 이룬다.
- 하늘은 사람이 천명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므로, 사람이 각자 천명의 길을 잘 걸을 수 있도록 그에 맞는 결을 부여한 것이다.
- '내가 이 길을 걸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자신이 없어도 일단 받아들이고 걸어 나가면 능히 해낼 수 있다. 왜냐하면 하늘은 내가 그 길을 잘 걸을 수 있도록 이미 예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 하늘은 천지 창조를 이루기 위한 대리인으로 사람을 낳는 것이며, 사람 각자가 자신의 팔자의 길로 나아가도록 그에 합당한 독특한 결을 부여한다.
- 서두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역경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가득 차는 것이다. 간절한 염원이 있는 사람은 그 염원이 잘못 흘러 가득 찬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걸 이루지 못하면 내 인생은 의미가 없다'는 태도는 아주 위험하다.
- 낙천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무언가 하늘의 뜻이 있을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일에는 나의 이해를 넘어선 하늘의 뜻이 있을 것이다. 군자는 이러한 하늘의 뜻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 님이 하려는 일이 진실로 하늘이 바라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같이 도모하고 귀신이 같이 도모해 준다.
- 무릇 배우는 사람은 그 스스로 많이 하려 드는 것을 덜어내어 허로써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 진정 큰일을 하려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 이처럼 집착하지 않는 그의 태도, 하늘을 즐기는 태도가 도리어 능히 큰일을 이루어 낸다.
- 나의 장단이 나에게 부여된 결이며 괘이고, 나의 천명이다. 이러한 나의 장단이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다.
- 역경의 계시가 시사하는 바는 '오십에 이른 사람이 여전히 좌고우면하고 회의주의에 빠져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 오십은 자신의 할 일이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둘러쳐야 한다. 그래야 자기 확신을 갖고 흔들림이 없을 수 있고, 사람이 강해질 수 있다.
- 결국 어떤 일을 잘하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보다 자기가 속할 공동체를 잘 선택하는 일이 먼저임을 명심해야 한다.
- 머무르며 애쓸 곳이 아닌데 그리하면 이름이 필시 욕됨이 있고, 의지할 것이 아닌데 의지하면 몸이 필시 위태롭게 된다.
- 자신이 태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면 행운을 만났음을 잊지 말고, 태의 공동체를 이루어 준 선한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원래 모든 일에는 자체의 결이 있어서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그 결과가 길할지 흉할지를 먼저 드러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