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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암호화폐의 가치에 대한 단상

암호화폐가 핫해진지 6개월 정도 지난 것 같다. 좀 더 엄밀하게 이야기를 하면, 이더리움을 선두로 한국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사에 오르게 된 지 6개월 정도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연초 10,000원 수준에서 현재 350,000원 정도 하니 약 6개월만에 35X multiple이 된 것이고, 이만한 투자처는 앞으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있다면 어느 수준이 적정 가치인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알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지금 보다는 더 큰 가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이더리움(비트코인이 아님)이 가지게 될 실질적인 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 외에 암호화화폐 전반에 대한 생각을 이리저리 정리해보았다.


1. 이더리움의 실질적인 가치

암호화폐와 튤립을 많이 비교하곤 한다. 실질적인 가치에 비해서 너무 높은 가격이 매겨지게 되었고, 때문에 한 껏 높이 올라갔던 튤립의 가격은 폭락했던 것처럼 암호화폐 또한 그리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더리움은 향후 블록체인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인터넷 서비스라면 반드시 필요한 Processing Power와 Storage 기능을 Block Chain 기반에서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 초창기에 서비스 사업자들 대부분이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그것을 운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보다 더 나은 방식이 생겨났는데,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AWS이다. 어렵게 자체 서버를 구축할 것이 아니라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마치 자체 서버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서버 확장과 축소가 비교적 용이하게 되어 있다. 요즈음에는 오히려 인터넷 서비스하는 회사 중 자체 서버를 운영하는 곳보다 AWS 같은 곳을 활용하는 곳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이더리움은 AWS와 같은 서비스를 Block Chain 기반에서 제공해주며, 서버가 전세계에 분산화(decentralized)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AWS도 아마존의 서버를 빌려쓰는 것). 그리고 이더리움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한 화폐단위가 이더(ether)이다.

결국 미래에 Block Chain 기반의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서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한 화폐인 이더(ether)의 가치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본다. 그 때의 실질가치는 아마도 이더리움 플랫폼의 안정성과 처리속도,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의 범용성, 이더리움의 지배력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 넘어야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앞으로 시장에서 지켜보아야 할 부분들이 바로 이 과제들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과제(혹은 도전?)은 아래와 같다.

(1) 플랫폼의 안정성과 처리속도: 단위시간 동안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transaction의 수. 수 많은 서비스들을 돌리기 위한 처리속도와 안정성을 함께 만들어주어야 한다.

(2)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의 범용성: 이더리움 플랫폼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이 없으면 가치가 높지 않다. 다만, 현재 상상하기 어려운 많은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Martin Green(HawksHead Capital)의 트윗 내용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 Web enables permissionless publishing, aggregation and exchange of information. Block chain enables permissionless storing of value, aggregation of value, exchange of value. Gold is 7.5T USD, narrow money is 38T USD, broad money is 95T USD.

- Web protocols enabled information to be programmable. Block chains are going to make all kinds of assets programmable.

(3) 이더리움의 지배력: 그런데 이더리움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플랫폼은 없을까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큰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Private block chain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체서버보다 AWS 등을 사용하는 흐름에 비추어보면, 대세는 Public block chain이 될 것이라고 본다. 혹은 이더리움 외에 다른 Block chain 플랫폼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상황을 계속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시작했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Qtum이나 EOS와 같이 플랫폼을 지향하는 코인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더리움이 가지고 있는 2위의 market cap.과 개발 커뮤니티는 큰 진입장벽이 된다고 본다. 결론은 누가 큰 흐름을 가져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더리움이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2. 화폐로서의 가치

화폐란 기본적으로 그 양이 제한되어 있어 안정적이고, 그것이 가치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어주어야만 한다. 금본위제 역시 한정적인 금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치있다고 믿어주기 때문에 시작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금과 각국에서 유통되는 화폐 사이의 일차적인 연결고리는 끊어졌지만, 화폐 자체가 가치있다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충분히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더리움류를 제외하는 다른 화폐들은(특히 비트코인) 그 자체로서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화폐가 단순히 종이 조각을 넘어서서 가치를 가지듯이 비트코인도 사람들이 그것을 가치있다고 믿기 때문에(그 믿음은 거래소에서 국가 공인 화폐와 특정 비율로 교환이 되기에 뒷받침된다)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믿음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고(특별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그 가치가 인정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거래량이 충분한 상위 수개의 코인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3. 그 외 수 많은 코인들

그 외 수 백개의 다른 암호화폐들이 있다. 어떤 것들은 의미 있을 것이고 또 어떤 것들은 무의미할 것이다. 사실 ICO라는 개념만 해도 상장시장의 자금 공모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그 기능을 수행하는데(그 금액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를 떠나서), 수 많은 코인들을 카테고라이즈하여 그 가치를 정의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결국 그 코인들 중에서 보석을 발굴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겠다.


사실, 새로운 세상이 그리 빨리 올 것 같지는 않다. Amazon, Alibaba, Google 등과 같은 인터넷 1세대 기업들이 제대로 자리 잡고 그 가능성을 인정받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Block chain 기반의 기업들의 발전속도는 그보다 더 빠를 것으로 보지만, 당장 내일 모레 등장하여 폭풍같이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또한 버블과 폭락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보석을 걸러내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