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0234. 창천항로 - 이학인, 킹곤타

중학교 때 처음 접한 창천항로가 리디북스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전권을 판매하고 있어서 구매했다. 유비 중심의 삼국지 연의가 아닌 조조 중심의 삼국지로 조조를 미화했다는 시각이 있지만(연의는 유비를 미화했다), 다양한 인물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만화 특유의 강조 표현은 그 감성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36권 완결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전권을 읽었는데, 앞부분에 비해 뒤로 갈수록 조조를 중심으로 하는 성취와 그로인한 조조의 매력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웠다. 인간의 매력이라 함은 어쩌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의지와 재치를 기반으로 극복하고 성취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면 원소와의 관도전투가 조조의 일생에서는 가장 어려웠던 전투가 아닐까 싶다. 그 이후의 전쟁은 개인에 기반하였다기 보다는 시스템에 의지했다는 표현이 더 옳으리라. 오히려 후반기로 갈수록 관우, 유비의 성장과 성취가 더욱 흥미있게 읽혔다. 

창천항로(蒼天杭路)는 창창한 하늘에서 길을 찾다라는 의미이다. 책에서의 주인공들은 '천하인' 인데, 그들은 하늘의 뜻을 알고 그것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제목과도 잘 통한다.

책에서는 많은 장면들이 있지만, 굳이 조조의 죽음을 이 책의 대표사진으로 고른 이유는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당연한 사실 때문이다. 천하를 누비며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고 많은 것을 성취한 인간 역시 죽는다는 것이고, 책의 후반기로 갈수록 조조의 매력도(개인의 성취에 기반한 것이 아닌 시스템의 성취로 옮겨진 것이지만)가 덜 보이는 것 역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제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이다. 30대 중반인 나로서는 20대 때 마냥 젊고 에너지 넘치던 시기를 지나서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호기심과 실행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좀 우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생의 의미가 신체적인 왕성함에만 의지하는 것은 아니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 + 천명에 대한 인지(vocation) + 이를 성취할 수 있는 역량 + 운(運) 등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고 볼 때 우울해할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체감이 책을 보면서 공명했다고나 할까.

과장이 있지만 두고 두고 한 번씩 읽어볼만한 책이다.